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이 다시금 체중 감량에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다이어트 관련 정보들과 보조제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당뇨병 치료제의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속속 검증되며, 다이어트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당뇨병 치료제인 GLP-1 유사체가 어떻게 비만 치료에 활용되는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GLP-1이란?
1.1. GLP-1 과 GLP-1 유사체
GLP-1이란 Glucagon-like Peptide-1의 줄임말로, 음식 섭취 후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섭취된 포도당 농도에 의존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GLP-1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발된 것이 GLP-1 유사체입니다. GLP-1 유사체는 GLP-1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면서 GLP-1을 불활성화시키는 가수분해 효소인 DPP-4(dipetidyl peptide-4)에 의해 가수분해되지 않는 펩티드를 개발한 물질입니다. 이러한 GLP-1 유사체는 GLP-1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GLP-1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며 지속시간은 더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1.2. GLP-1의 당뇨치료 작용 기전
GLP-1은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에 의해 인슐린 분비를 강력하게 강화시킵니다. 또한 GLP-1 수용체가 발현하는 베타세포의 증식 및 분화에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음식물이 위에서 배출되는 것을 지연시켜 소장에서 탄수화물의 흡수를 느리게 만들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습니다.
GLP-1이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1992년부터 있었습니다. 인공췌장을 사용하여 GLP-1을 점진적으로 누적하는 동안 인슐린이 필요 없이 혈당의 정상화를 확인하였고, 이후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4시간 동안 GLP-1을 점적한 결과 혈당 정상화를 확인하며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계속된 연구를 통해 모든 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저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GLP-1 유사체를 이용한 비만치료
2.1. GLP-1 유사체를 이용한 비만 치료 원리
GLP-1 수용체는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등의 부수적인 작용을 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식욕을 억제하고 식사량 감소로 이어져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여 위에서 음식물을 천천히 소화시킴으로써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여 체지방이 잘 쌓이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GLP-1 유사체는 처음에는 혈당 감소라는 원래의 취지에 의해 개발되었으나, 자연스럽게 식욕 저하를 이끌어 다이어트 효과를 이루는 쪽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2.2. GLP-1 계열 치료제 종류
- 삭센다 :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출시한 주사형 비만 치료제 입니다. 삭센다는 2014년에 미국 FDA 허가받아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국내에는 2017년 식약처에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빅토자라는 이름으로 삭센다와 동일 제품도 있습니다. 두 제품은 성분, 용량 등 모두 동일한 제품이나, 빅토자는 당뇨병 치료제로 삭센다는 비만치료제로 목적이 상이하게 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고비 출시 이전부터 판매 시작한 초기 모델이며, 효과는 위고비가 뛰어나나 가격이 위고비에 비해 상당히 합리적인 편입니다. 대략 15~30만 원 선. 다만 삭센다는 매일 주사로 주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 위고비 : 일론머스크가 최근 10kg 감량 성공의 주역으로 위고비를 언급하며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위고비 역시 삭센다의 제조 회사와 같은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하였습니다. 삭센다 후속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1년 미국 FDA의 허가받았고, 국내에는 2023년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습니다만 아직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써 효과가 탁월하지만 가격대가 상당하여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 내 위고비 가격은 한 달 기준 200만원 선. 위고비는 일주일에 1회 주사 주입만으로 식욕 억제 효과가 뛰어나 편의성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젭바운드 : 가장 후발주자로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에서 개발한 비만 치료제입니다. 2형 당뇨치료제인 마운자로와 용량만 다를 뿐 동일한 제품입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와 빅토자와 마찬가지로 마운자로는 당뇨병 치료제로, 젭바운드는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젭바운드(마운자로)는 위 두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GLP-1 유사체 계열이지만, 특이하게 GIP(Glugos Dependent Isulinotropic Polypeptide)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는 작용을 합니다.
3. GLP-1 계열 활용의 향후 발전 가능성
당뇨병 치료제의 유의미한 체충 감량이라는 부수효과로 다이어트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GLP-1 유사체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는 기존에 플라시보 효과에 가깝던 다이어트 보조제들과 비교하면 의학적으로도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고, 기타 부작용 사례도 낮은 편에 속해 획기적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접근으로 국내외를 비롯한 많은 제약회사들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 및 GLP-1 유사체를 활용한 기능성 건강 보조식품 개발 등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해도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수반될 수 있는 점, GLP-1이 체중 감량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제품 개발의 목적은 당뇨병 치료에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며 무분별한 접근은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하겠습니다.